제니의 일상기록

[책리뷰] 도종환의 삶 이야기,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 본문

유용한 정보/책 리뷰

[책리뷰] 도종환의 삶 이야기,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

jenny_0790 2023. 1. 2. 16:51
728x90
반응형

 

 
도종환의 삶 이야기(2판)(양장본 HardCover)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산문가 도종환의 에세이 『도종환의 삶 이야기: 버려야 할 것과 버리지 말아야 할 것』. 이 책은 1998년 출간한 산문집 <그때 그 도마뱀은 무슨 표정을 지었을까>의 개정판이다. 점점 더 빨라지는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라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지금까지의 삶을 돌아보고 자신의 모습도 살펴보게 한다. 나무와 사람과의 관계, 남을 돕는 사람의 일화와 안도현 시인의 시 ‘연탄 한 장’, ‘너에게 묻는다’ 등을 통해 등을 통해 살면서 우리가 버려야 할 것은 무엇이며,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가르침이 아닌 삶의 소중한 깨달음을 몸소 발견하게 만들어준다.
저자
도종환
출판
사계절
출판일
2011.06.30

 

책리뷰: 도종환의 삶 이야기


2018년, 도종환의 삶 이야기 도서를 읽었던 적이 있다.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가던 단락 하나하나에 마음이 가는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다. 그때 당시 읽으며 남겨놨던 문장들을 몇 가지 기록으로 남겨본다. 소박하지만 평범한 이야기들을 잘 살려 적어놓은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1 사랑한다는 말
마음은 까닭 없이 외로워지는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살아있는 동안에 제대로 전할 수 없는 괴로움 속에 있다. 위로받고 싶은 마음, 여리고 여려진 사랑하는 마음, 그래서 아주 작은 민들레 한 송이에도 기대 보는 이런 마음이 바로 사랑에 빠졌을 때의 사람들 마음이다. 그래서 민들레꽃 한 송이에서 사랑하는 그대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민들레꽃의 모습으로 지금 내 가까이 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싶어지는 것이다.

 


 

#2 나혼자 사랑
이렇게 혼자 사랑하다 혼자 가지고 가는 사랑은 얼마나 많은가. 나 혼자 사랑하다 나 혼자 화살을 맞은 짐승처럼 괴로워하다 나 혼자 가슴속에 담아 가지고 가는 사랑도 참 많다. 사랑으로 흔들리는 마음을 혼자만 알고 혼자만 뜨거웠다가 이 세상 끝나는 날 차마 버리고 갈 수 없어 가장 깊은 살 속에 담아 가지고 가는 그런 사랑도 많을 것이다.

 


 

#3 우동한그릇의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
셋이서 우동 한 그릇을 시켜 먹어야 하는 어려운 가정환경과 사고로 죽은 아버지가 남긴 빚을 갚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일하는 어머니, 그리고 어린 나이에 불평하지 않고 신문 배달과 가사 노동을 해 가며 고통을 나누는 두 형제, 셋이서 시켜 먹는 우동 한 그릇의 의미를 진지하게 깨달으며 그것을 글로 옮긴 쥰의 모습, 그런 것에서 오는 감동이다.

우동집 주인 내외가 이 세 모자를 대하는 태도 역시 따뜻하기 그지없다. 섣달 그믐날 밤 종업원들을 다 퇴근시키고 난 뒤 피로에 지친 1년의 노동을 마무리하려던 시간에 늦게 나타나 셋이서 우동 한 그릇을 시킨다면 어느 가게 주인이라고 "오늘 장사 다 끝났습니다. 미안합니다" 이렇게 말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귀찮아하지 않고 그들에게 우동 한 그릇을 대접하고, "고맙습니다. 새해엔 복 많이 받으세요!" 이렇게 목청 돋워 인사하며 그들을 보냄으로써 세 모자로 하여금 세상에 대한 따뜻함을 잃지 않게 하였다. 반 덩어리를 더 넣어 삶아 주기도 하고, 가격표를 뒤집어서 오르기 전의 값을 받는 가게 주인의 배려.

자본주의 사회, 날이 갈수록 혼탁하고 비인간화되어 가는 시대라서 그런지 감동은 이런 소박하고 평범한 이야기에서 온다.

 


 

#4 장애인 소년, 다리 한쪽이 불편한 강아지

다리 한쪽이 불편한 한 소년이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강아지를 보고 자신이 사고싶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이야기이다.

시장에 강아지 몇 마리를 가지고 나와 앉아 있는데 남자아이가 다가와 강아지를 사겠다고 했다. 그 아이는 강아지값을 물어보곤 제가 가지고 있는 돈과 견주어 보기도 하고 여러 마리를 살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다가 그중 한 마리를 사겠다고 했다. 그 아이가 사겠다고 하는 강아지는 다리 하나를 못 쓰는 강아지였다.

강아지 주인은 그 아이에게 이 강아지는 한쪽 다리를 쓰지 못하니 이왕이면 다른 강아지를 사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하였다. 그러나 그 아이는 굳이 한쪽 다리를 못 쓰는 강아지를 사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강아지 주인은 할 수 없이 한쪽 다리가 불구인 강아지를 그 아이에게 팔았다.

아주 좋아라 하며 강아지를 품에 안고 일어서서 걸어가는 아이를 바라보다가 강아지 주인은 가슴을 진하게 때리는 광경을 보았다. 그 아이 역시 한쪽 다리가 온전치 못했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팔려 갔으면 천덕꾸러기가 됐을 강아지는 그 소년을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을까. 연민이나 값싼 동정이 아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이해와 사랑, 그런 감정이 소년과 강아지 사이에 오갔으리라. 더할 수 없이 귀한 만남으로 더할 수 없이 따스한 마음이 둘 사이에 오갔을 것이다.

남을 도울 줄 아는 사람은 인생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이다. 남에게 베풀 줄 아는 사람은 고생을 알고 가난을 알고 삶의 고통이 무엇인지를 아는 사람이다. 자기의 아픔 때문에 눈물 흘려 본 사람은 남이 흘리는 눈물을 닦아줄 줄도 안다.

많이 알고 많이 가진 사람이 큰사람이 아니다.내가 겪은 고통으로 남이 겪는 고통을 아는 사람, 내가 아파 보았기 때문에 남의 아픔을 나누어 가지려는 사람이 큰사람이다.



728x90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