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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서툰 어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문장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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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서툰 어른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문장들

jenny_0790 2023. 1. 16.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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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 김신회

어렸을 적 TV에서 방영하던 보노보노를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엉뚱하고 답답하며 느리지만 주변 친구들을 항상 챙긴 보노보노, 화가 많은 너부리, 수다스러운 포로리 이 세 친구의 일상을 들려주는 만화가 떠오른다. 책 속의 중간중간에는 세 친구들이 함께 이야기하는 그림과 대화들이 나온다. 어렸을적에는 단지 "재미"로 봤다면, 지금은 그때와는 좀더 깊은 "의미"를 찾았던 것 같다. 나름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살다보니 어른이 되긴 참 어렵다. 언제쯤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작가가 풀어나가는 소소한 이야기들이 내가 평소 생각하던 가치들과 참 닮았다. 특히 아래에 적어논 글귀들이 말이다. 소심한 자기와 타인을 아끼는 보노보노의 여린 마음과 글쓴이 만의 해석이 잘 담겨 있는 책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주로 타인과 어떤 생각으로 대화를 하는지, 관계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 봄은 다시 온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지나가면 가을이 오고, 매서운 추위가 극성을 부리다가도 어느새 봄은 온다는 것.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온 모든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세상에 저절로 되는 줄 아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는 걸 얼마나 읹은 채 살아왔는지가 느껴져 멋쩍어지는 밤이다.


# 아. 아무 일도 없다는 건 좋은 거구나.
세월이 주는 장점 중 하나는 유연함이다. 유연함은 우리를 즐거움이나 재미에도 무던해지게 만들어준다. 이는 재미없이 사는 사람이라는 뜻도 되지만, 재미가 없이도 사는 사람이라는 뜻도 된다. 그런 의미에서 즐겁지 않은 삶은 그만큼 나쁠 것도 없는 삶이다.
재미도 없고 특별할 거라곤 더 없는 요즘 내 일상을 떠올리다보니, 아무것도 없는 삶은 그 이유만으로 제일 좋은 삶이라던 야옹이 형의 말이 떠오른다. 어릴 적,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말도 점점 수긍이 가는 걸 보면 나도 영락없는 어른이 된 건가 싶다.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어려운 거야."


# 나에게 칭찬하기
적어도 하나만은 기억해야지. 칭찬과 사랑은 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칭찬은 씨앗을 뿌려주기도 하지만 싹을 자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을 때는 스스로를 칭찬하면서 살면 된다. 늘 소심하면서도 자기를 아끼는 일만큼은 적극적인 보노보노가 그러는 것처럼.


# 소중한 것을 줄테니 해치지 말아요

실제로 해달은 사람이 접근하면 자신의 조개를 준다고 한다. 그건 '나에게 있어 소중한 것을 줄 테니 해치지 말아요'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해달을 잡아가고 세상에서 해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슬픈 이야기.

그러고 보면 관계에 있어서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만큼 중요한 것은 그 마음을 선하게 받아들여주는 마음이 아닐까. 모든 관계는 그로 인해 시작되니까. 그렇게 시작된 관계는 '그려려니 하는 마음'으로 유지하면 된다는 것을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알려주었다. 천천히 걷듯이 이어가는 관계는 좀처럼 깨지거나 망가지지 않을 거라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 사소한 대화도 의미가 있다

같이 살아도 늘 대화할 시간이 없고, 따로 살 때는 그 이유로 얼굴도 자주 못 보고, 그러는 사이에 각자 안에 쌓여가는 이야기들은 점점 옛일이 되고, 결국 말하면 또 뭐하나 싶은 사소한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사소한 이야기가 주는 힘은 포로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쓸쓸하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사소한 이야기라도 주고받지 않으면 삶은 점점 더 쓸쓸해지고 말 거라는 거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보노보노는 아빠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대화를 나누면서 생각한다. '재미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도 꽤 괜찮은걸.'


보노보노: 야옹이 형, 재미있는 건 왜 끝나는지 알고 싶어.
야옹이 형: 잘 들으렴. 보노보노. 재미있는 게 끝나는 이유는 슬플 일이나 괴로울 일을 반드시 끝내기 위해서란다.
보노보노: 그럼 재미있는 것만 계속되면 좋잖아.
야옹이 형: 그럴까? 그럼 저 태양이 계속 하늘에 있는 게 좋을까?
보노보노: 그러면 밤이 안 오겠네.
야옹이 형: 그렇지. 해가 져서 밤이 오고 또 해가 떠서 아침이 오듯 슬픈 일이나 괴로운 일을 끝내기 위해 재미있는 일이 끝나는 거야. 태양이 뜨고 지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시작되고 끝나는 거지.
보노보노: 그렇구나. 해님이 지니까 밤이 오고, 밤이 오니까 아침이 되는구나.


#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억지로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해하든 이해 하지 않든, 앞으로도 우리는 각자가 선택한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갈 것이므로, 보노보노와 친구들이 그러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도 보노보노와 친구들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포로리처럼, 겉으로는 평범하지만 마음속에 빛나는 돌맹이 하나씩 품고 사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어딘가에는 너부리처럼, 진심을 못된 말과 못난 행동으로밖에 표현할 줄 몰라도 우정과 사랑 앞에서만큼은 진지해지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또 다른 곳에는 보노보노처럼, 끊임없는 고민과 걱정으로 하루를 채우면서도 나를 아끼는 방법 하나쯤은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1986년 출간되어 1988년 고단샤 만화상을 수상한 후 30년 넘게 연재를 이어오고 있는 네 컷 만화 ‘보노보노’. 우리나라엔 1995년 만화책으로 처음 정식 소개되었다. 그 후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각색되어 국내에도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보노보노가 서른이 되어가는 동안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 역시 이제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사는 게 잘 모르겠고, 솔직해지려 하면 할수록 자신만 손해본다는 느낌에 스스로를 감추게 된다. 어른은 어른인데, 아직도 사는 데 소질 없는 ‘서툰 어른’이 된 것이다.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는 《서른은 예쁘다》, 《여자는 매일 밤 어른이 된다》, 《모든 오늘은 떠나기 전날》을 쓴 저자 김신회 작가가 보노보노를 천천히 음미해 읽으며 아직도 서툴기만 한 우리들을 위로해줄 문장들을 끄집어내 엮은 책이다. 어린 시절엔 마냥 엉뚱하고 귀엽게 느껴졌던 보노보노 속 에피소드와 대사들은 다시 보면 어른이 된 지금의 우리에게 더 깊은 울림을 준다.
저자
김신회
출판
출판일
2017.04.06
도서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저자: 김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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